[대선 3자구도 여론조사] 박근혜, 24일 인혁당 사과 수위 높일 듯

입력 2012-09-24 01:10


과거사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4일 역사 인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 역사인식 논란을 추석 전에 털고 가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3일 “박 후보가 내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역사인식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언 수위와 관련해서는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딸로서 인간적인 고뇌를 피력하면서도 인혁당 유가족 등 유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과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도 역사에 맡기자는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바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전보다 좀 더 전향적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로 명확한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브리핑 이후 과거사에 대한 논란이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21일 원내대표단 및 상임위 간사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적절한 때 제 생각을 종합해 국민들에게 말씀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석 전 박 후보가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었다. 측근 비리 의혹에 이어 야권 후보들의 ‘컨벤션 효과’로 견고한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데다 추석 ‘밥상 민심’을 감안할 때 일찌감치 역사인식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사를 둘러싼 여론은 박 후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일보 조사에서 ‘인혁당 사건’ 등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46.2%로 ‘역사인식을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40.4%)보다 많았다. 박 후보의 텃밭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납득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각각 47.3%와 47.9%로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 7월 국민일보 여론조사 당시 “5·16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후보 발언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각각 70.7%(TK)와 55.7%(PK)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5·16과 달리 유신시대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지적받는 인혁당 사건까지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에 포함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