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美, 아랍정책 근본적으로 바꿔라”… 오바마, 유엔총회 연설서 반미시위 입장 밝힐 예정
입력 2012-09-23 18:43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아랍 세계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기 전날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가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다.
무르시는 “미국이 (이 지역의) 억눌린 분노를 넘어서기 바란다면 아랍 세계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랍 세계와의 관계를 재건하고 이집트와의 동맹을 되살리는 건 워싱턴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만약 미국이 이집트에 이스라엘과의 협정(1979년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면 워싱턴도 협정에 담긴 팔레스타인의 자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중동의 여러 나라 중 유일하게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참여한 뒤 아랍 각국과 이스라엘, 미국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 왔다.
무르시는 카이로 미대사관의 담을 넘어 성조기를 불태운 이슬람 시위대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미국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런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그는 또 “서구를 적대하지 않을 것이지만 전임자 무바라크처럼 친미로 일관하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무르시가 국내에서 서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증명해야 하는 정치적 압력을 받는 반면 서구로부터는 (서방의) 지속적인 파트너로 남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무르시의 딜레마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 선거로 선출된 이집트 최초 대통령의 방문임에도 백악관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에 참석, 이슬람권의 반미 시위 사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재임 4년간의 중동정책 철학을 설명하고 테러세력을 규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