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 ‘골프 블루-e모션’ 타보니… 140㎞ 밟아도 속도 못느낄만큼 정숙·쾌적
입력 2012-09-23 18:36
하이브리드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마저 마음에 걸린다면? 해답은 전기자동차다. 전기차는 가솔린과 디젤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충전해 달리는 방식이므로 운행중 대기오염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데 화석연료를 쓰지 않냐고? 그래도 전기차가 답이다. 석유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연소 때 다시 에너지가 손실된다. 지구상 가장 우수한 디젤차와 견줘도 전기차는 40%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다.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 관계자는 “혁신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 쪽이 훨씬 유리하다. 충전시설이 밀집해 있고, 차량 정체가 많은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선 전기차를 사용하기 최고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폭스바겐의 꿈의 전기차 ‘골프 블루-e모션’(사진)을 만났다. 폭스바겐이 세계적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에 85㎾ 115마력을 자랑하는 전기모터를 달아 전 세계 18개국에서 실험용으로 선보이고 있는 전기차다. 외관은 현재 거리를 누비는 골프 6세대 모델과 똑같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제로백)도 11.8초로 기존 모델과 비슷하다. 한번 충전으로 150㎞까지 달릴 수 있다.
시동버튼을 누르니 ‘딸깍’ 소리만 났다.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소음은 로드노이즈를 제외하곤 전혀 없다. 너무 조용해 보행자가 차를 못 알아 볼까봐 폭스바겐은 시속 40㎞ 이하로 달릴 때 일부러 ‘부웅∼’하는 소리를 내는 장치를 달았다. 인천공항까지 쭉 뻗은 인천대교를 건너며 시속 140㎞까지 속도를 올렸다. 바람소리를 제외하곤 지금 속도를 얼마나 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고 신속하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설치해 무게 중심이 낮아져 운전하는 재미가 더 난다.
골프 블루e-모션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의 집합소다. 선루프 자리엔 태양광 전지가 설치돼 자체 발전으로 실내 에어컨을 가동한다. 전면 유리엔 가는 열선이 설치돼 창이 뿌옇게 변하는 현상을 미리 막는다. 주행모드를 ‘B’로 선택하면 달리면서 충전하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물론 이때 제동력이 배가되므로 약간의 꿀렁거림은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국산 전기차인 기아의 레이 EV와 르노삼성 SM3 ZE의 가격은 각각 4500만원, 6391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이 1500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각종 세제 혜택이 부가되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현재 전기차를 사면 충전시설을 무료로 설치해 준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전기료가 매우 싼 국가라는 이점도 있다.
폭스바겐의 골프 블루e-모션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폭스바겐 자체가 대중차를 표방하며 국산차와 수입차 중간 지대의 가격대를 점하고 있어 기대해 볼 만 하다. 전기차 골프는 2013년 독일에서 먼저 양산되며 한국에선 2014년 출시될 예정이다.
인천=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