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최삼욱 을지대 교수 “게임 중독은 병리 현상… 과몰입 용어부터 고쳐야”

입력 2012-09-23 18:39


최삼욱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23일 “우리나라에서 통상 쓰이는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몰입은 ‘좋지만 지나친 것’이라는 어감이 강하다. 전 세계 어떤 국가·학회에서도 쓰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예쁘게 포장돼 사용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게임 업계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를 사용한다고 일침을 놨다.

-과몰입이라는 용어가 왜 문제인가.

“게임 중독은 엄연한 병리적 현상이다. 마약·도박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마약 과몰입’ ‘도박 과몰입’으로 바꿔보면 문제점이 쉽게 드러난다. 과몰입은 개념의 혼란을 준다. 개념 정립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모든 중독은 뇌의 보상회로에 변형을 준다. 마약 중독자가 마약 외에는 어떤 자극에도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등 정상적인 활동에서는 즐거움을 못 얻는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충동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에 손상을 가져오므로 공격적이고 충동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폭력적인 게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 최근 ‘와우(World of Warcraft·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일종)’에 빠진 청소년을 연구했는데 자신에게 유익한 결과보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등 판단력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폭력적인 게임물이 범람하는데 어른들은 속수무책이다.

“마리화나 자체는 중독성이 강하지 않다. 그러나 마리화나를 강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필로폰과 같이 더 강한 자극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게임 역시 폭력성이 낮은 게임으로 시작하더라도 결국 자극이 강한 게임으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게임이든 자기조절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일이다. 일종의 내성을 말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는 도처에 널렸다. 원천봉쇄는 불가능에 가깝다. 양치질 등 위생교육처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를 통제하도록 생활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통제력을 상실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다. 또 뇌는 성장하면서 뒷부분에서 앞부분으로 발달한다. (앞부분인) 충동조절을 하는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곤란하다.”

-게임 중독 청소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피어 프레셔(동료집단에게서 받는 압력)를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온라인에서 몇 시 몇 분에 만나 게임하자고 약속하면 무조건 그 시간에는 접속해야 한다. 부모나 교사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게임과 관련된 얘기라도 대화를 진행하면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모든 청소년의 내면에는 인정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를 자극하는 방식이 좋다. 게임에 빠진 스스로의 삶을 뒤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성찰해 보도록 여유를 두고 얘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