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오믈렛의 비밀

입력 2012-09-23 19:50


“오믈렛은 심플한 만큼 퀴지니에의 자질을 가장 드러내는 요리예요. 1분 만에 만들어야 하므로 소소한 것 하나만 빠져도 실패하죠.” 요리 만화 ‘미츠보시의 스페셜리티’에서 주방장이 한 말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 히트 후 디켄팅 요구가 많다고 한다. 만화에서처럼 디켄터와 와인을 멀리 떨어뜨린 상태에서 디켄팅하는 것은 참기름 정도의 점성을 가져야 가능하다. 만화는 늘 과장되게 표현하는 법이다.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스터디 투어를 했다.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험하면서 고객 입장에 서 보고 서비스를 배우라는 취지의 회사 교육 프로그램이다. 일반 객실 가격이 우리나라 특1급 호텔보다 2∼3배 높아서인지 도착부터 마지막까지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다.

외부의 유명 레스토랑에 갔다. 독특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멋진 모양새를 내었고, 요리가 하나 나올 때마다 2∼4명씩 나와 서비스해서 ‘고급스러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에 묵은 C호텔은 서비스가 좀 부족했다. 주변에서 이곳만큼은 꼭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의아스러웠는데, 해답은 다음 날 아침에 찾을 수 있었다. 최고의 오믈렛을 경험한 것이다. 겉과 속이 똑같이 부드럽고 폭신폭신했다. 기껏 계란 두 알로 만든 요리인데 “맛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통 오믈렛이라면 겉만 익고 안은 익지 않아 물 같거나, 아니면 안까지 너무 익어 딱딱해져 계란의 부드러운 맛이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다.

호텔 주방장은 말했다. 요즘 모두 겉만 신경 쓰기 때문에 보기만 그럴 듯하고 맛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오믈렛이면 그냥 오믈렛이지, 무슨 자질까지 논할까”라고 만화내용에 콧방귀를 뀌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오믈렛은 프랑스어로 ‘home leste’로 재빠른 남자란 뜻이다. 요리사가 재빨리 만들어 내는 요리인데, 짧은 시간에 불 조절이 관건이어서 제대로 만들려면 숙련된 솜씨와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본 C호텔의 아침 식사 고객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번 스터디 투어는 살아가면서 너무 겉모습에 치중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C호텔은 겉으로 드러난 서비스가 아닌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데 치중해서 부족해 보였는지 모른다.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 제 맛을 낼 수 있는 오믈렛처럼 세상사 모두 좀 더 내실에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