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주범 체포는 했지만 허술함 드러낸 경찰

입력 2012-09-23 19:45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0)이 22일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도주 6일째인 이날 대구에서 멀리 떨어진 밀양에서 최를 검거한 데는 시민들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민들의 신고가 사건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새삼 알게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최의 탈주부터 검거 직전까지 경찰은 여러 차례 비판 받을 만한 행태를 노출했다. 최는 도주하는 동안 한 번도 경찰 검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 최의 포위망을 좁히기는커녕 뒷북을 친 것이다. 22년 전 호송버스의 쇠창살 사이로 탈주한 전력이 있는 최를 너무 허술하게 대했다. 당시 최는 대구교도소로 가던 호송버스가 서행하자 포승줄을 풀고 쇠창살을 뜯어 벌어진 틈을 통해 달아났다. 전과 25범인 최가 탈주에 관한 한 전문가임에도 경찰은 유치장 당직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찰 측은 “개인정보인 범죄전력을 유치장 당직자에게 전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가 머리, 몸, 배식구 창살 등에 연고를 바르고 탈출하는 동안 당직자 2명은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경찰은 검거한 최를 쇠창살이 없고, 탈주할 때의 유치장보다 배식구 크기가 작은 유치장에 재수감했다. 애초부터 이렇게 했다면 탈주를 막았을 것이다.

경찰은 유치장 탈주 과정에 대해 공개적인 현장검증은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탈주 장면이 유치장 CCTV에 녹화된 영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탈주 과정이 담긴 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수사상황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공개하면 해외토픽으로 보도돼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뭔가 은폐하기 위해 녹화영상을 숨기고 현장검증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탈주 과정과 근무태만 현장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