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인구 75%가 종교자유 누리지 못한다니

입력 2012-09-23 19:49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신앙은 인간의 내밀하고도 고양된 의식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종교선택에 따른 어떠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집회와 결사, 종교교육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각국은 국가 최고규범인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 20조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교자유가 문명국의 한 상징처럼 되어 있는 데도 오늘날 국제사회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권위 있는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종교자유를 침해받는 곳에 살고 있다. 전체 국가의 63%에서는 종교에 대한 제한이 이전보다 증가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위협이 일어나는 국가 역시 2009년 147곳에서 2010년 160곳으로 늘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최근 통계도 놀랍다. 매년 10만5000명의 기독교인이 종교분쟁과 관련돼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5분마다 1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사건은 지난해 40%나 늘었고, 나이지리아·소말리아·이란에서는 기독교인에게 폭행을 가해도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충돌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종교 박해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에 의한 종교제한의 정도가 높은 곳에서 ‘아랍의 봄’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이슬람 단체들의 급속한 정치화가 이루어졌다. 최근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영화로 촉발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폭발적인 반미 혹은 반서방 시위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증좌나 다름없다.

종교자유 침해에는 문명권 간의 오해도 크게 작용한다. 서방에서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부분을 이슬람은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인다. 영국 왕실이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상반신 누드 사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해 놓고는 이슬람을 모독하는 잡지는 그냥 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숨이 턱 막히는 주장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끝없는 문화 교류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이다.

종교의 자유는 지상의 가치다. 그런 만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종교자유 침해가 타종교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질 경우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하고, 여기에 민족주의 혹은 인종주의의 불이 붙으면 테러와 같은 유혈충돌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선교의 자유 또한 소중하다. 세계 인구의 75%가 완전한 종교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인류사회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