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학업 따로 있지 않다… 일하며 꿈 키워가는 청춘
입력 2012-09-23 18:06
서울 종로1가 파리크라상 광화문점의 ‘샌드위치 제조기사’ 이은정(19·여)양은 올해 초 특성화고인 신정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바게트·파리크라상·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이다. 대학 진학과 취업의 갈래에서 진로고민이 많았던 이양이 샌드위치 제조기사로의 길을 결심하게 된 건 고3을 앞둔 지난 2010년 여름. 1년6개월간 무료 제과제빵 교육은 물론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SPC그룹으로의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에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다.
SPC그룹이 신정여상과 산학협력 차원에서 만든 제과제빵 교육 프로그램은 이양에게 빵 만들기에 대한 발상을 전환토록 했다. 이양은 “자격증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던 일반 수업에서는 아무래도 만드는 빵이 한정적이고 흥미가 떨어졌었는데, SPC그룹 교육프로그램에서는 현재 매장에서 팔고 있는 다양한 빵을 배우기 때문에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특히, 케이크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빡빡한 교육 프로그램이었지만, 이양에게는 입사 후 최고의 보답이 돌아왔다.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수료한 이양에게 사내대학 입학 기회가 부여된 것. SPC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신정여상과 산학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매년 이 학교 학생들을 선발해 제과제빵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 학생들에게 본사 취업과 함께 2011년 설립한 사내 대학 입학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SPC식품과학대학은 전문학사 과정을 인증받은, 식품 산업 분야 국내 최초 사내대학이다.
입사 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초콜릿 만들기와 슈가크래프트(설탕 공예)를 사내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신이 난다는 이양은 “세계적인 파티시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며 “SPC식품과학대학을 1등으로 졸업해 파리 연수 티켓을 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생겨난 산학협력 프로그램들이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는 취업의 문을 넓히고 취업 후에도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생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발명 특성화고인 삼일공업고등학교 발명창작과 3학년 김지효(18·여)양도 잘 짜여진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발명가’라는 자신의 꿈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각종 발명대회에 참가하고 과제발표 및 토론학습을 훈련하며 발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던 김양에게 결정적인 날개를 달아준 건 교내 ‘기업과 함께하는 발명 프로그램’. 김양은 “기업과 함께하는 발명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기만 했던 발명가라는 꿈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교내 발명동아리 ‘A to Z’의 팀장을 맡은 김양은 의자전문업체 ‘듀오백 코리아’와 함께 인체공학적으로 사람이 편하고 자세를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의자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김양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의자 탄생이 얼마나 복잡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며 “취업의 기회도 주어지고, 발명특허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에 팀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09년 처음 시작한 ‘1사1교 산학협력 지원사업’도 지난 3년간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9년 8개 커플(1사1교), 2010년 11개 커플, 지난해 12개 커플, 올해 1개 커플 등 총 32개의 커플이 체결되었으며, 총 162명의 특성화고 학생이 취업 티켓을 거머쥐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1사1교 사업 결과 단순히 취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협약 업체의 해외 지사에 파견돼 현장실습과 어학교육에 참가하기도 했다”며 “앞으로 특강 실시, 교육과정 개발 자문, 현장체험학습, 적성검사 및 진로지도상담, 기자재 기증, 장학금 지급 등 산학협력을 통한 인력 양성과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활발한 산학협력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