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영토 분쟁] 중국의 ‘힘’… 센카쿠 日 실효지배 무력화 일단 성공

입력 2012-09-21 19:06

중국은 21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놓고 담판을 통한 해결을 말하면서도 대일 압박을 계속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특사 파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0일 중국 지도자와 만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고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도 21일 “이웃 나라와의 영토, 영해, 해양 권익 분쟁을 우호적인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센카쿠열도 분쟁을 통해 일본의 일방적인 센카쿠 실효 지배를 무력화시킨 데다 권력 투쟁 등 내부적인 혼란을 감추면서 ‘힘 있는 중국’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군부 입장을 대변하는 해방군보는 이날 “중국 인민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영 언론들은 “노다 총리가 센카쿠열도 국유화와 관련해 판단 착오를 시인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토 주권을 주장하는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일본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조기경보기(E2C), 화상정보수집기(OP3)를 센카쿠열도 상공에 투입해 중국 군함과 해양감시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주변 해역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러시아도 20일 전자정보수집기(IL20) 1대와 전술정찰기(Su24) 1대를 호쿠리쿠(도야마, 이시카와, 후쿠이 등 3개현을 합친 지명) 앞바다로 보내 일본 영공 접근을 시도토록 했다.

미국은 중국 측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18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할 때 “센카쿠열도는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과의 갈등이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일본 대기업과 중견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에 참여한 260곳 중 41%가 이 같은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이후 상황을 종합하면 중국이 몇 가지 실질적인 소득을 얻었다는 분석이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그동안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던 센카쿠 해역에 대해 중국이 선박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사실상 ‘공동 지배’ 국면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취싱(曲星) 소장과 중국 외교학원 쑤하오(蘇浩) 교수가 이렇게 평가했다.

다음으로는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인 권력투쟁에 쏠리던 국내외의 관심을 일본과의 영토 분쟁으로 돌릴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중국이 강한 힘을 갖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 특히 지금 중국은 ‘9·18’ 만주사변 당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중국 국민들 스스로가 느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 전 과정에서 군부의 강한 입김이 작용한 것은 곧 들어설 중국 새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