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담 허물어지나… 복지-교육부 등 당사자들 유불리 따라 셈법 제각각

입력 2012-09-21 19:01


만3세 아동 A군과 B양. 유치원생 A군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총괄하고 지역 교육청이 인가하는 유치원에서 초봉 260만원(이하 국공립 기준)을 받는 2년제 대학 이상 유아교육과 졸업자인 유치원 교사를 만난다. 반면 B양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어린이집에서 1∼3급 자격증을 취득한 초봉 135만원 보육교사와 지낸다. 법적으로도 두 아이가 받는 서비스는 다르다. A군의 경우 유아교육법상 ‘교육’을, B양은 영유아보육법상 ‘보육’ 서비스를 받는다. 전국적으로 A군에 해당하는 영·유아는 135만명, B양의 경우는 56만명이다.

A군과 B양의 차이는 교육과 보육, 교과부와 복지부, 또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으로 이원화된 체계에서 생겼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유아교육 및 보육의 통합(유보통합) 논의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과 유치원 및 보육시설, 시민단체 등이 대거 참여한 유보통합운동본부가 최근 출범해 공청회를 여는 등 활동에 돌입했다.

◇뭐가 문제인가=유아교육·보육 이원화의 첫 번째 문제는 형평성이다.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은 유치원생과 어린이집 아동이 동일한 수준의 교육 및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일원화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지적되는 건 행정낭비와 비효율성. 대표적인 예가 올해 도입된 5세 누리과정 실행과정에서 불거진 교과부와 복지부의 ‘따로따로’ 행태였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 유치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통합 교육과정이다. 올해 5세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3∼4세까지 확대된다. 교과부와 복지부는 ‘모든 아이에게 같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누리과정을 공동개발하고 고시까지 공동으로 했지만 정작 손발은 따로 놀았다. 유치원용 교사 지도서는 교과부가, 보육교사용 지침서는 복지부가 별도 예산을 들여 이중으로 제작했다. 교사 연수 역시 복지부는 중앙 및 지역보육정보센터를 통해, 교과부는 교육청을 통해 각자 했다.

◇서로 다른 속내=삐걱대고는 있지만 3∼5세 누리과정이 통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2015년 누리과정 예산은 교과부 예산(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이관돼 통합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부와 복지부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누리과정은 교과부 중심으로 통합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복지부에 남는 건 ‘0∼2세 정책’ 뿐이다. 보육정책 관리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복지부와 교과부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관계자들의 입장 차이도 미묘하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통합을 적극 반기고 있다. 이들은 통합을 기회로 국가 지원을 받아 어린이집을 유치원 수준의 시설로 개선하겠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시설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유보통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당장 통합보다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질 차이를 좁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문무경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복지부는 통합논의가 교과부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교과부는 0∼5세 교육정책 전체를 가져가고 싶지만 0∼2세 보육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미적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