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로 산불 잡는다… 산림청, 2012년말까지 전국 25개 지역에 설치

입력 2012-09-21 19:02


2005년 4월 4일 밤 11시쯤 강원도 양양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초속 30m의 강풍을 타고 번져 다음 날인 5일 오후 3시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삼키고 한 시간 만에 낙산사까지 태웠다.

이처럼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인 산불을 잡기 위해 산림청이 묘안을 내놨다.

산림청은 연말까지 22억여원을 들여 전국 25개 지역에 산불 진압용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고 21일 밝혔다.

산림청은 그동안 산불 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산 속 문화재나 보호 가치가 있는 천연기념물 등에 소화전을 설치해 왔지만 일반 산림지역 화재에 대비해 대형 스프링클러를 대대적으로 설치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산림청은 우선 강원도 영월·정선, 경남 함양, 경북 울진 등 산불 위험이 큰 25곳에 1곳당 8900만원, 총 22억2500만원을 들여 급수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이들 지역에는 높이 15m 안팎의 스프링클러 3개가 60m 간격으로 설치된다. 각 스프링클러는 주변에서 불이 났을 경우 불길이 번져오기 30분전부터 직경 70m 범위에 시간당 14.4t의 물을 뿌린다. 3개가 동시에 작동하면 직경 200m 넓이에 물이 뿌려지고 물을 충분히 흡수한 나무가 불길 확산을 막는 원리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주변에 설치된 산불감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주변을 감시해 불이 났을 경우 원격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된다.

내년부터는 예산을 1곳당 1억1500만원으로 늘려 서울 광진구 아차산을 비롯한 20여곳에 추가적으로 급수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아차산에는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아차산관리소, 긴골지구, 기원정사 뒤편 등 주요 화재 취약 지점 6곳에 자동 급수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산림청은 스프링클러가 여름철 가뭄이 심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금시훈 주무관은 “급수시설을 설치하면 인력 피해 없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