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아트 지켜라”… 생산거점 美 이전 움직임
입력 2012-09-21 19:00
이탈리아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국민 기업 피아트 지키기에 나섰다.
피아트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다. 마리오 몬티 총리까지 나선 피아트 지키기는 유럽 경제위기로 피아트의 생산 거점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1899년 창업한 피아트는 2009년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 피아트-크라이슬러로 재출발했다. 현재 전 세계에 모두 19만7000명이 고용돼 있으며, 이 가운데 8만명이 이탈리아에서 일한다.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옮겨진다면 이탈리아 경제가 입는 타격은 간단치 않다.
몬티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피아트가 이탈리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담판할 예정이라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엘사 포르네로 사회복지장관 등 이탈리아 각료들도 잇따라 ‘피아트가 이탈리아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면서 경영진과 긴급 회동을 제안하는 등 정부 차원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몬티 총리는 피아트 노조에도 “생산성을 높여 회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움직임이 있기 전에도 이탈리아 정부는 피아트에 좀 더 투자를 하라고 촉구했었다. 피아트도 애초 이탈리아 공장의 설비 확장에 200억 달러 투자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마르치오네 CEO는 지난주 이 계획을 보류한다고 선언, 이탈리아 정부와 노동계를 실망시켰다. 그는 일단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계속 생산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지만 언제 어떤 규모로 투자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피아트가 유럽 내 고위관리직 500명 가운데 110명을 조용히 감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감원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는 감량 경영 방안으로 올해 유럽에서 5억 유로의 지출을 줄이고, 신모델 출시도 늦추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피아트의 유럽 점유율도 6.5%에서 5.2%로 떨어졌다. 마르치오네 CEO는 인력 감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유럽 비즈니스가 일러야 2014년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