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세계 인구 75% 종교자유 침해”

입력 2012-09-22 00:53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종교의 자유 침해와 종교단체에 대한 사회의 적대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 물결이 일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정부의 종교에 대한 제한이 가장 심했다. 이슬람단체들의 정치세력화와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이슬람권의 반미 시위도 이러한 요소와 깊은 관련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종교에 제한을 두는 곳에 살고 있다. 또 전체 국가의 63%에서 종교에 대한 제한이 증가했다.

정부에 의해 종교 자유가 침해되고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행위가 벌어지면 종교 배타주의가 심화되고, 타 종교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유혈충돌, 테러 등으로 이어진다. 특정 종교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이 일어나는 국가는 2009년 147곳에서 2010년 160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정부에 의한 종교 제한이 ‘높다’ 또는 ‘가장 높다’로 판정된 나라들은 이후 대부분 ‘아랍의 봄’을 겪었다. 조사팀은 최근 무슬림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로 촉발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폭발적인 반미 시위, 이슬람단체들의 급속한 정치화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종교 박해에 대한 반작용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종교 제한은 특정 종교의 사원 건설 제한, 종교법 불인정 등이다. 미국과 스위스에서는 모스크(이슬람사원) 건설과 증축에 제한 규정이 많다. 유럽에서는 이슬람 관련 학교나 기관을 세우는 게 어렵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의 선교활동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영국인인 브라이언 그림 퓨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영국 국교회의 반유대주의로 인한 몇몇 사건들과 반무슬림 정서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잡지에 이어 독일 잡지에도 이슬람을 모욕하는 만화가 게재됐다.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풍자 전문월간지 티타닉은 10월호 표지에 ‘서방이여 봉기하라: 베티나 불프가 무함마드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는 헤드라인에 베티나 불프(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대통령 부인)가 터번을 쓰고 단검을 휘두르는 한 이슬람 전사의 품에 안긴 몽타주를 실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 영화와 프랑스 잡지의 무함마드 비하 만화에 항의해 공휴일로 선포한 21일에도 격렬한 시위로 파키스탄 곳곳에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미 정부는 자국민들의 파키스탄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에서도 대규모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인도는 무슬림 폭동을 우려해 이들이 몰려 사는 카슈미르 국경지역에 수천명의 경찰을 급파했고 미국은 대사관을 하루 동안 폐쇄했다. 튀니지 정부는 이날 금요예배 후 시위 금지령을 선포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