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풀뿌리 민주주의’ 기로에… 우칸촌 주민 시위 1년 토지환수 지지부진

입력 2012-09-22 00:31

중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광둥성 우칸(烏坎)촌이 ‘혁명적으로’ 이뤄낸 지역자치의 틀이 삐걱대는 모습이다. 광둥성 산웨이의 어촌 우칸의 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격렬한 시위를 벌인 끝에 공유지를 몰래 팔아치운 비리 관료들을 축출했다. 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새롭게 구성한 촌민위원회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상향식 개혁’의 새 전형이 됐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빼앗긴 토지를 환수하는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촌민위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당국을 상대로 다시 시위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수백명의 어민들은 21일 하루 파업을 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촌민위는 이번 주 우칸촌 전역에 농지 환수의 진척 상황을 알리는 벽보를 붙였지만 분노한 주민들은 이내 벽보를 뜯어버렸다. 시위 지도자에서 선출직 마을대표로 변신하며 일약 우칸촌의 영웅이 됐던 린쭈롼 촌장도 주민들로부터 “곧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듣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표들이 경험 부족으로 의사소통에 실패한 데다 노련한 정부 관료들에게 놀아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 대표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탄했다.

통신은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 촌민위 지도부가 주민들의 높은 기대치를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투표로 선출된 장젠청 청년위원은 복잡한 토지계약을 지적하며 “매각된 땅을 조각조각 반환받고 있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100 중에 50을 이루면 주민들은 이루지 못한 50에 대해 불평한다”고 토로했다. 양서마오 부촌장도 “부패관료와 업자들의 뒷거래가 일소되지 않았다”며 “토지 전횡의 주범이었던 슈에창 전 (임명직) 촌장의 농간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