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 그들만의 승부] (2) 핸드볼
입력 2012-09-21 18:48
다시 ‘한데볼’이지만… 내일은 ‘해뜰볼’
“오빤 강남스타일∼.” 가수 싸이의 히트곡이 장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치어리더들은 화려한 율동으로 흥을 돋웠다. 하프타임엔 동명여고, 청학고 학생들이 깜찍한 공연을 선보였다.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코트에 투혼을 쏟아냈다. 20일 ‘2012 SK핸드볼 코리아리그’ 플레이오프가 열린 서울 방이동 SK핸드볼전용경기장의 풍경이다. 6400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날 경기를 즐긴 관중은 고작 600여 명.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인기 종목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4개, 동 1개를 획득한 핸드볼은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지만 동시에 비인기 종목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런던올림픽 때 여자 대표팀이 강호들을 잇따라 제압하며 ‘우생순 드라마’를 연출하자 밤잠을 설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이 끝나자 또 등을 돌려 버린 것이 현실.
“평일인데도 이 정도 왔으면 많이 온 거죠.” 김기영 대한핸드볼협회 운영본부장은 관중석을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관중석을 자세히 보면 런던올림픽 효과가 보일 겁니다.”
김 운영본부장이 말한 ‘런던올림픽 효과’는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난 현상이다. 이전엔 소위 ‘동원 관중’이 많았다. 핸드볼은 여전히 ‘한데볼’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고정 팬들이 등장한 것. 현재 실업팀 여자부의 삼척시청, 인천시체육회, SK 슈가글라이더즈, 서울시청은 일정 규모의 고정 팬들을 확보한 상태다.
휴무일을 맞아 경기장을 찾았다는 열성팬 최수연(24)씨는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나이 많은 분들이 소일거리로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젊은 사람들과 학생들이 많이 찾아요. 주말엔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도 꽤 있어요.”
최근엔 프로 종목의 경기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응원 피켓까지 등장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날개 돋힌 조효비’, ‘신은주 홀릭’이라고 적은 피켓들이 눈길을 끌었다.
런던올림픽 스타 류은희(22·인천시체육회)는 요즘 경기를 뛰는 게 즐겁다고 했다. “제 팬들이 생겼어요. 피켓을 들고 열심히 응원해 주는 모습을 보면 코트에서 신이 나죠.” 류은희는 소녀 팬들의 편지도 많이 받는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협회와 핸드볼 코리아리그 조직위원회는 핸드볼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협회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서포터스를 조직했다. 코리아리그 조직위는 리그 경기를 케이블TV를 통해 녹화 중계했으며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사인회를 열어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강태구 코리아리그 조직위 사무총장은 다음 시즌 코리아리그 활성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내년엔 홈 앤 어웨이 경기방식을 도입해 지방 팬들도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2014년 프로 전환을 위해서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죠”라고 대답했다.
22일과 23일엔 같은 장소에서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진다. 여자부에서 삼척시청과 인천시체육회이, 남자부에선 두산과 충남체육회가 패권을 놓고 다툰다. 22일 여자부 결승 1차전을 스포츠 전문 케이블·위성 채널인 KBS N이 오후 1시부터 생중계하고, 23일 남자부 결승 2차전은 KBS1 TV가 오후 2시부터 생중계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