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정치학] 파랑새를 보면 美대선이 보인다… ‘정치판의 풍향계’ 트위터

입력 2012-09-21 18:33


“칼 로브, 크리스 매튜는 잊어라. 퓨 리서치, 조그비 여론조사는 생각도 말라. 트위터가 최고다.” 미 정치 전문지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도를 읽으려면 유명한 선거전략 참모나 여론조사 기관보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트위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가 채 50일도 남지 않은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12월에 대선을 치르는 한국 정치권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락 오바마가 현재의 트위터 민심의 승리자다. 9월 20일 현재 트위터에서 오바마는 27점,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19점이다. 잉, 점수? 바로 ‘트위터 정치 지수’, 줄여서 트윈덱스(Twindex)다. 트윈덱스는 미국의 대선 후보와 관련된 트위터 메시지를 추적해 집계하는 트위터 본사의 공식 정치 관련 지수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롬니의 점수를 매일 발표한다.

긍정적인 메시지가 많을수록 각 후보의 점수가 올라가고, 부정적인 메시지가 많거나 언급 횟수가 줄어들면 점수가 깎인다. 트위터 측은 “단순히 ‘Bad’라는 단어를 썼다고 부정적인 메시지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쓰인 맥락에 따라 다르게 분류한다”고 전했다.

“트윈덱스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 사람들이 선거에 관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트위터 본사의 애덤 샤프 팀장은 말하지만, 명백하게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트윈덱스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래도 민주당에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공화당 전당대회 때 롬니의 후보 수락 연설은 트위터에서 1만4289회 언급됐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의 오바마 수락 연설은 무려 5만2757회나 언급됐다. 롬니의 연설이 지루했던 이유도 있지만 3배가 넘는 차이는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갤럽 등 미국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수치와 트윈덱스의 변화를 비교하면 놀랍게도 거의 차이가 없다. 실제 여론과 트윈덱스의 흐름이 같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트윈덱스는 실시간 집계되는 반면 여론조사는 아무리 빨라도 3∼4일의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여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판도가 변하는 박빙의 승부에서는 트윈덱스가 훨씬 더 유용하다.

트위터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도 사실과 다르다. 인터넷 분석업체 핑덤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의 평균 연령은 37.3세다. 사용자의 55%가 35세 이상이다.

실제 트윈덱스의 흐름을 살펴보자. 오바마의 점수가 가장 높았을 때는 5월 10일과 8월 4일로 각각 74점이었다. 5월은 오바마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던 시점이었고, 8월 4일은 그의 생일이었다. 5월 10일 당시 롬니의 점수는 26점으로 전날의 44점에서 폭락했다. 동성 결혼 논란은 오바마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됐다. 롬니는 얼른 화제를 바꿔야 했다.

의료보험 문제는 어땠을까. 의료보험 개혁 논쟁이 한창이던 6월 하순, 트윈덱스는 두 후보 모두 상승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상승폭은 오바마가 더 컸다.

런던 올림픽도 변수였다. 올림픽 개막일인 7월 27일만 해도 오바마가 35대 21로 앞섰다. 롬니는 런던과 예루살렘 방문 때 말실수를 거듭해 점수가 팍 깎인 상황이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두 후보의 점수는 모두 상승세였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금메달을 쓸어 담던 8월 초가 절정기였다. 샤프 팀장은 “정치인들이 정치 얘기를 적게 하고 올림픽 영웅을 얘기했을 때 모두 점수가 올라갔다”고 조크를 했다.

롬니는 올림픽 폐막일인 8월 12일, 마침내 오바마를 제치고 역전했다. 그 시점은 러닝메이트로 불과 42세의 폴 라이언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을 지명했던 때였다. 롬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앤 롬니 여사가 지지 연설을 했을 때 다시 한번 오바마를 앞섰지만 이후 9월까지 줄곧 내리막이다. 좀처럼 오바마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위터를 정치 분석에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상·하원 후보들이 지난 1주일간 트위터에서 몇 번이나 언급됐는지 실시간으로 집계해 보여준다. 21일 현재 롬니는 약 100만회, 오바마는 50만회다. 롬니가 2배나 많은 것은 그가 부자들 앞에서 가난한 사람을 비난한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각 후보 캠프에서 트위터를 정치자금 모금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 됐다.

트위터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의 친공화당 성향 정치전문 매체 폴리틱스의 편집장 데이비드 마크는 “정치에 관심이 있고 사회 이슈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트위터는 실시간 토론의 장을 제공해 준다”며 “(정치 매체로서) 월등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당대회 때 TV 시청률은 하락했다. 허리케인 뉴스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 반대로 트위터 사용률은 치솟았다. 정치인들이 무대 위에 서서 연설하는 동안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황야의 무법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 연설이 화제를 불러 모았고,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백악관 안주인’ 미셸 오바마가 디자이너 트레이시 리스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입고 나온 것이 관심사였다. 정치 담론의 중심이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옮겨진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케빔 훨스턴 교수는 트위터가 평범한 유권자의 여론주도권을 강화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10년 전만 해도 정치 얘길 하려면 전화나 이메일을 사용해야 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를 보면서 불특정 다수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내용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게 바로 새로운 점이다.”

포덤 대학교 폴 레빈슨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뉴스의 흐름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롭고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내용 그대로”라며 “사람들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의 메시지를 흥미롭게 읽고 자기의 생각을 기꺼이 보태면서 새로운 여론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