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에, 피아노 연주앨범에 숨은 찬송가 은혜는… 찬송은 크리스천의 고백입니다
입력 2012-09-21 17:57
크리스천은 찬송가를 실제 삶 속에서 얼마나 자주 부를까. 또 찬송가에 담긴 사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교회음악가인 침례신학대학 김남수 교수(교회음악과)는 최근 펴낸 저서 ‘은혜와 감동이 있는 숨겨진 찬송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찬송 속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또 크로스오버 작·편곡가인 신상우씨는 찬송가의 감동을 피아노 연주 앨범으로 내놓았다. 이 작품은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에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의 선율이 조화를 이뤄 누구나 편히 찬송가를 감상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존 뉴턴(나 같은 죄인 살리신) 패니 크로스비(예수를 나의 구주삼고) 마르틴 루터(내 주는 강한 성이요) 등의 고백이 담긴 찬송을 소리 내어 불러보라”며 “수백년 전 그들의 고백이 오늘 당신의 고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혜와 감동이 있는 숨겨진 찬송이야기=‘무디 전도단’ 재정 후원자인 변호사 호레이쇼 스패포드는 1871년 미국 시카고 미시간 호반에 별장을 짓기 위해 투자했다가 대형 화재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족과 여행을 계획한 그는 아내와 어린 네 딸을 먼저 유럽행 여객선에 승선시켰다. 가족을 태운 여객선은 그러나 대서양 한가운데서 영국 범선과 충돌하고 말았다. 가족의 생사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에게 전해진 소식은 ‘아내 혼자 살아남았음’이었다. 밤새 절규한 스패포드. 그런데 동트는 햇살이 창가에 쏟아질 때 그의 머릿속에선 문득 ‘평안’이란 단어가 맴돌았다. 스패포드는 그 마음을 옮겨 적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이다. 어린 네 딸을 한순간 잃었음에도 그는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경험했다. 그게 가능할까. 김 교수는 “평안은 구원받은 이들의 깊은 내면에서 다져진 토대이기 때문에 세상의 상황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폐결핵 때문에 더 이상 여배우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미국의 사라 아담스는 창세기 28장을 묵상하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란 시를 썼다.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야 하는 야곱은 하나님의 인도를 깨닫고 감사의 제단을 쌓았다는 대목에서 그녀는 고백했다. “고생스럽더라도 고난마저 기뻐하며 좁은 길로 가겠습니다.”
이 찬송은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연주됐다. 반쪽이 난 갑판 위에서 희망을 잃은 채 서 있던 1500여명의 승객은 영국감리교회 성도인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 악장의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연주에 맞춰 생애 마지막 찬송을 불렀다. “…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이 책에는 전체 65곡의 찬송가와 그 안에 숨겨진 절절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Remembrance(기억)=작곡가요 피아니스트인 신씨가 발표한 이 앨범에선 ‘참 아름다워라’ ‘저 장미꽃 위에 이슬’ 같은 서정적인 찬송과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같은 구원과 헌신에 대한 찬송 15곡을 감상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 ‘너는 내 것이라’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등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호소하는 CCM을 다수 발표한 그는 최근엔 성가 합창곡집도 출판했다. 가수 임태경 이승철 비 신승훈의 앨범에 참여했고 드라마 ‘주몽’ ‘베토벤 바이러스’ ‘제빵왕 김탁구’ ‘대조영’의 OST를 작곡하는 등 CCM과 대중가요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4년부터 찬양을 작곡하며 헌신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가 해야 할 일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일에 쫓기다 보니 하나님을 잊고 산 적이 여러 날 됐습니다.”
다시 열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필요했다. “수백년간 불려온 찬송이야말로 가장 생명력 있는 노래입니다. 감사와 은혜를 잊고 살아가는 부족한 저를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Remembrance(기억)’입니다.”
찬송가는 예배 때만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다윗이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의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라”(시 103:1)고 기록한 건 찬송이야말로 매 순간 삶 속에서 드려지는 크리스천들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