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그린벨트 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사회적 책임 공감
입력 2012-09-21 17:58
최근 영국 챌튼엄에서 39번째 ‘그린벨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1974년 시작된 이래 한 해도 쉬지 않고 지속돼온 이 축제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문화적 실천을 통한 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우연히 이 축제를 알게 됐다.
이 페스티벌은 ‘신앙(faith) 문화(culture) 정의(justice)’라는 세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동시대의 문화를 통해 신앙을 표현하고 또 그 시대의 사회적 문제와 정의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그린벨트 페스티벌의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다양한 문화행사에 참여한다.
처음 2000명으로 시작한 이 축제는 80년대에 2만명으로 늘었다가 90년대 2000명으로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그동안 이 축제를 경험한 이른바 ‘천사’로 명명된 후원자들이 집과 땅을 내놓아 적자를 메우고 지난 15년간 매해 2만명이 찾는 놀라운 크리스천의 축제로 성장시켰다.
필자와 팀원들은 그 규모와 프로그램의 다양성,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에 놀랐다. 상대적으로 내게 좌절감을 안겨준 한국교회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 축제는 어느 특정 교회나 단체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특별대우를 받는 유명 인사들이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니다. 초기부터 평신도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됐고, 기독단체나 NGO들이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기업 등 윤리적 소비운동에 주력해 온 70여개의 기독단체들은 자신들의 사역을 소개하고 강연을 통해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도록 요청해 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TOMS와 같은 기업들도 공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면서 참여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유럽의 유명 뮤지션도 있었다.
참가자는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이들은 행사장 옆 잔디밭에 마련된 텐트촌에서 숙박하며 축제 기간 동안 함께했다. 간간이 비가 내려도 별 동요 없이 축제를 즐기는 이들에게 신앙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축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린벨트, 코리아’를 생각해봤다. 이 형식과 내용을 당장 수용하는 것은 한국교회 현실에서 쉽지 않다. 우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를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벤트성 행사는 많지만 시대적 정당성과 문화적 동시대성을 확보하면서 지속되는 제대로 된 크리스천 축제가 부족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린벨트 페스티벌’을 알게 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분별해야겠다.
성석환 목사 <도시공동체연구소장·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