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자 농락한 LIG 범죄혐의 철저히 밝혀야
입력 2012-09-21 18:23
기업어음(CP)은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상거래 때 발행되는 진성어음과는 달리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발행하는 일종의 약속어음이다. CP를 발행하려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선의의 투자자가 악덕 기업의 사기 행각에 놀아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A등급 이상인 우량 기업의 CP만 유통되는 것이 관행이다. 그만큼 CP 발행 요건과 유통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런 점에서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을 뻔히 예상하고도 엄청난 규모의 CP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를 받고 있는 LIG그룹의 부도덕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CP를 발행했고,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다. 투명한 경영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할 대기업이 선량한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챈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LIG그룹의 부적절한 CP 발행 의혹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8월 LIG건설이 CP 242억원어치를 부당하게 발행한 혐의로 구자원 그룹 회장과 LIG건설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그동안 LIG그룹과 계열사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9일 구 회장 일가의 자택, LIG그룹 본사와 계열사,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 본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LIG건설이 발행한 CP 1870억원대가 부도 처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IG 측이 “총수 일가는 CP 발행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 인수 때 담보로 내놓은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CP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LIG그룹의 범죄혐의를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