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불편한 진실] 이용희 나이스신용평가 부회장 “연체 않는 게 신용관리 정도”
입력 2012-09-21 18:30
“열 번을 질문해도 똑같은 답밖에 없다. 대출 이자나 원금, 신용카드 결제요금 등이 연체되지 않게 잘 관리하고, 만약 부득이하게 연체됐다면 빨리 갚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게 신용관리의 유일한 정도다.”
이용희(61) 나이스신용평가 부회장은 20일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등급을 좋게 하려면 어떤 비책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신용에는 정도만 있을 뿐 다른 비책이 없다는 얘기다.
행시 14회 출신의 베테랑 경제관료였던 그는 2006년 당시 한국신용정보사장으로 취임하며 신용평가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신용사회는 개개인이 약속을 지킨다는 대전제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은행이 신용을 믿고 대출해줬는데 돈을 안 갚거나, 카드 결제비용을 내지 않는 사람들은 신용사회로 안착하는 데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골라내 사회 전반의 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신용평가회사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평가회사를 이끌면서 느낀 어려움도 토로했다.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들은 ‘이 사람이 불황기에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을까’ 우려하며 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다”면서 “하지만 돈을 빌리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지금 이 위기만 넘기면 성공할 수 있는데 신용평가회사나 은행들이 미래가치보다 현재의 어려움만 크게 보고 너무 가혹하게 평가한다’고 불만을 내비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립적 입장에서 이들의 간극을 좁히는 게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신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IMF 사태 이전에는 은행대출이 신용도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정치권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됐던 게 사실”이라며 “부실채권을 떠안은 은행들까지 문을 닫자 금융기관들이 신용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금융기관들이 신용 좋은 회사에 돈을 못 꿔줘서 난리”라며 “대출의 최고 척도가 정치권 외압에서 신용으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평가업계에서 본 최고의 신용인, 신용기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세월 돈을 많이, 자주 대출 받더라도 연체 한 번 안 하고 제때 원금을 갚는 사람과 기업이 최고의 신용을 갖춘 것”이라며 “은행에서 돈 한 번 안 꾸고 수백억원 현금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그저 돈 많은 사람이나 회사일 뿐이지 이들이 힘들 때 돈을 빌릴 경우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았다는 경험적 자료가 없어 높은 신용을 가졌다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2∼3만원 정도의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하는 것도 신용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무리 적은 액수의 연체라도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