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치장 탈주범 CCTV 공개땐 국제적 망신”

입력 2012-09-20 22:10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배식구 탈주범 사건과 관련, 경찰의 유치인 관리가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감찰팀 조사 결과 강도상해 피의자 최갑복(50)씨가 유치장을 빠져나갈 당시 근무 경찰관 2명은 모두 자고 있었다. 최씨가 달아나고 1시간쯤 지난 17일 오후 6시쯤 상황실 부실장 한모(54) 경위가 유치장 내 순찰을 돌았다. 하지만 한 경위는 유치인 수를 확인하지 않아 최씨의 탈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 경위가 유치장에 들어갔을 때 책상에서 잠을 자던 이모(42) 경사가 깨어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 면회실에서 잠자던 최모(43) 경위가 밖으로 나오는 모습 등이 CCTV 화면에 확인됐다.

최씨는 배식구에 머리를 집어넣고 5분간 두 차례 시도한 뒤 3차 시도에서 4분 정도 만에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나갔다. 그는 모포로 옷과 책을 감싸둬 사람이 자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CCTV가 유치장 내 근무자의 모습을 잡지 못해 경찰의 근무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총 12개 CCTV 중 9개는 유치실 안에 있고 유치실 밖에 회전식 1개와 고정식 2개가 있다. 하지만 근무자의 책상까지만 찍힌다.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경찰은 CCTV 공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이날 대구 동부경찰서를 방문한 김기용 경찰청장은 “수사본부 의견을 존중한다”며 공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스스로 모든 것을 밝혔는데 굳이 영상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영상이나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경찰의 말 바꾸기 행태도 더 큰 불신을 낳고 있다. 처음에 최씨가 몸에 바른 것이 비누나 샴푸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연고라고 정정했다. 또 최씨가 10여m를 기어갔다고 했다가 허리를 숙여 지나갔다는 등으로 여러 정황과 관련된 말이 바뀌기도 했다.

경찰은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해 4일째 수색작업을 벌였으며 최씨의 현상금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