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탁운용 투자사만 배불린다… 투자 종목 국내 99%·해외 31% 중복
입력 2012-09-20 19:18
국민연금공단이 위탁투자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종목과 직접투자 종목이 상당수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위탁투자 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도 지난 4년간 총 5460억원에 달해 연금 기금으로 위탁투자 운용사만 배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20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투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단에서 투자하고 있는 국내 주식 금액의 86.3%와 해외 주식 금액 61.7%가 위탁투자 운용사의 투자종목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으로 살펴보면 국내 주식 180개와 해외 주식 754개가 중복투자됐다. 특히 국내 주식의 경우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182개에 불과해, 2개 종목을 제외하곤 위탁투자 종목과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직접투자 종목은 802개로 31.1%가 위탁투자 종목과 겹쳤다.
국내 채권에서도 중복투자 비율이 높았다. 국민연금의 1562개 채권 직접투자 종목과 1308개 위탁투자 종목 중 230개가 같았고, 중복된 종목에 투자된 금액은 115조170억원이었다. 국내 총 채권 투자액인 230조8055억원의 40.9%가 중복투자된 것이다. 다만 해외 채권의 경우 중복투자율이 2.39%로 비교적 낮았다.
올해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하고 있는 주식·채권 투자액은 국내 291조8898억원이며 해외 372억4400만 달러(약 40조9684억원)에 이른다. 그중 위탁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는 규모는 국내의 경우 투자액의 약 17%인 50조원이고, 해외 투자액 규모는 28%인 271억 달러(약 29조8100억원)다.
국민연금공단이 위탁투자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095억원 수준이던 수수료는 2009년 1120억원, 2010년 1415억원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1828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위탁투자는 위험분산을 목적으로 한 분산투자 기능이 미흡하다”며 “중복투자로 인한 리스크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내 투자 종목은 한정돼 있어 중복투자는 불가피하다”며 “대형주의 시가 총액이 커 금액상 중복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공단 측은 또 “위탁 운용사마다 특화된 종목이 있어 투자스타일에 맞는 위탁금액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며 “중복투자를 줄이기 위해 현재 15%대인 해외 투자 비중을 2017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