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 만에 방문한 아웅산 수치에 ‘선물’ 한아름

입력 2012-09-20 19:1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20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의원이 처음으로 만났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두 사람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수치 의원의 역경과 미얀마 민주화 상황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이날 만남은 다음주 유엔 연례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을 고려해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됐다. 수치 의원은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가택연금으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고, 21년 만인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상 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만인 2009년 핵무기 감축과 중동 평화협상 재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수치 의원의 용기와 의지,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위한 개인적 희생에 찬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수치 의원과 세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진전돼 가는 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에 앞서 수치 의원은 미국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 명예인 ‘의회 금메달(Congressional Gold Medal)’을 받았다. 그는 2008년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당시 가택연금 상태여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수치 의원은 “미 의회가 한마음으로 먼 이국에서 온 낯선 사람을 환영해 준 것은 영광”이라며 “수년간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자들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 등이 함께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수치 의원을 “친구”라고 칭하며 “당신이 민주주의의 중심인 미국 의회에 서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감격을 표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수치 의원의 방미에 맞춰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슈웨 만 하원의장을 미 재무부의 ‘특별 제재 대상’ 목록에서 삭제하는 선물까지 안겨줬다. 이에 따라 이들이 미국 내에서 자산을 소유하거나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 세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얀마의 초대 민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정치범 석방, 야당 탄압조치 완화 등 개혁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17일 추가로 514명의 수감자를 석방했으며, 그중 최소 80명이 인권운동가라고 발표했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