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 만주 시절 거주하던 창춘 ‘동삼마路 35번지’ 첫 확인
입력 2012-09-20 21:56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백석(1912∼1996)이 1940년 1월, 만주로 건너가 머물던 ‘신경시(중국 창춘의 옛 지명) 동삼마로(路) 시영주택 35번지 황씨 방(方)’ 위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백석은 황씨 방에 세 들어 있던 친구 이갑기(필명 이형주)에게 얹혀살았다. 동삼마로 일대는 백석을 비롯, 1940년대 일제 탄압을 피해 창춘으로 건너간 최남선 안수길 염상섭 송지영 박팔량 박영준 김문집 이태준 등이 기거하던 곳으로 한국문학사의 ‘잃어버린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찾아간 동삼마로 시영주택 35번지는 현 행정구역상 창춘시 남관구(南關區) 장통종합대시장(長通綜合大市場) 건물로 편입되어 있었다. 장통종합대시장은 동삼마로 33번지부터 42번지까지를 통합한 건물로, 33번지만을 대표 번지수로 외벽에 붙여 놓은 상태였다. 동삼마로 일대를 관리하고 있는 동대사(東大社) 구간 거주주민소조 쑨훼이리(孫慧莉·57) 주임은 “이 지역은 10여년 전부터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통합번지로 관리되고 있다”며 “옛 시영주택 35번지는 장통종합대시장으로 흡수되어 재개발됐다”고 말했다. 이 구간은 현재 0.5㎢ 면적에 26개 거주주민소조 2826가구로 구성된 총인구 9326명의 밀집지역이지만 당시엔 주택 사정이 더 열악해 가옥의 조밀함은 형용키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동삼마로 반대편으로 뻗은 서삼마로 일대는 백화점과 은행이 즐비한 번화가인데 비해 동삼마로 일대 빈민촌은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창춘=글·사진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