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눈물의 절규, 1000명이 곳곳서 1인 시위

입력 2012-09-20 21:55

지방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소속된 지적장애 3급 이호윤(가명)씨는 지난 5월 2년 넘게 일하던 주유소를 그만뒀다. 일하는 동안 이씨가 주유소에서 생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시설 소속 장애인이 제3의 장소에서 숙식을 하면 시설을 떠나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연락을 받았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언젠가 스스로 살아가길 꿈꾸며 월급의 70%를 꼬박꼬박 모으던 이씨였다. 주거지를 잃게 된 이씨는 고민 끝에 자립을 포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과 행정편의주의 정책 탓에 이씨처럼 장애인 복지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의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 8개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복지사업중앙환원추진연대’를 결성하고 20일 장애인 복지사업의 중앙 환원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 여의도, 강남 일대 곳곳에서는 약 1000명의 장애인 시설 종사자와 장애인 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장애인 복지사업은 2005년 국고보조 사업에서 지자체 사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지자체는 장애인 복지사업 예산의 50∼70%를 책임지게 되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복지사업 확충을 사실상 외면해 왔다.

정부는 지자체가 책임을 갖고 장애인 복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2009년까지 제도를 보완키로 했지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제도 보완 기간은 2014년 말로 연기됐다. 그 사이 애꿎은 장애인들만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복지에 무관심한 지자체 대신 국가가 장애인 복지사업을 맡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애인 복지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장애인 복지사업을 전담하게 되면서 민간 부문 장애인 고용률이 지역별로 들쭉날쭉이다. 2011년 말 현재 인천이 2.96%로 가장 높고 광주 2.93%, 부산 2.92%, 제주 2.87% 순이다. 반면 서울은 1.97%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평균은 2.25%로 법정 기준(2.5%)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많다.

지역별로 복지 수준에 편차가 생기는 것도 문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의료비 지원액은 지역에 따라 최고 16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장애인 1인당 의료비 지원액이 가장 적은 지역은 충북(6만6647원)으로 충남(112만6651원)의 6%에도 못 미쳤다. 경북(7만2820원) 인천(7만5716원) 대구(8만9291원) 등도 턱없이 낮았다.

1인당 장애수당 지급액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울산(25만2148원)은 광주(55만1858원)의 절반도 안 됐다. 지역별 평균 금액은 36만5404원인데 대구(33만8095원) 인천(34만6665원) 경남(34만8045원)은 평균을 밑돌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