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의 재등장 中지도부 긴장… 항일 영웅에 대한 향수 고조
입력 2012-09-20 19:00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초상화가 최근 중국을 휩쓴 반일시위에 등장하자 중국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 군중 사이에서 나타난 마오쩌둥에 대한 향수 분위기를 반기기보다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봐야 했다. 현 지도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부터 반일시위가 사그라진 것도 현 상황이 자칫 정국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열기가 높았던 반일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마오의 초상화를 들고 나왔으며 이들은 현수막 문구와 구호에서도 마오를 언급했다. 더욱이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마오주의자를 자처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를 지지하는 일부 움직임마저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이에 대해 민족주의를 드높이는 반일시위가 1919년 당시 ‘5·4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인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자각을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을 지낸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5·4운동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뒤인 5월 4일 베이징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혁명운동으로 중국 근대화의 계기가 됐다.
장리판은 “일부 지도자들이 민족주의를 위해 반일시위를 부추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 자신이 공격 목표가 되는 일은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산당 내 일부 좌파 지도자들이 반일 시위를 보시라이를 지지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류캉 미국 듀크대 중국학 교수는 “많은 중국인은 마오쩌둥이 항일 전쟁 당시 영웅적인 지도자였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현 지도부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퍼져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의 다른 전문가는 이와는 달리 “마오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며 “그런 만큼 마오 초상화의 등장은 시위현장에 오성홍기가 나타나는 것처럼 자연스런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