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대사 살해범은 9·11 테러 멤버”

입력 2012-09-20 23:53

미국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수감됐던 9·11테러 관련자가 지난주 리비아의 벵가지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 범인 중 한 명이라고 폭스뉴스가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감자가 연루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전 테러 징후를 무시한 백악관의 대응 실패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여서 사건 책임을 둘러싸고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폭스뉴스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됐던 수피안 빈 쿠무가 지난 11일의 벵가지 영사관 공격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무는 2007년 관타나모에서 풀려나 수감 조건으로 리비아로 넘겨졌으나 카다피 정부는 이듬해 석방했다. 그는 9·11테러의 자금지원책과 연계돼 있었고,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와도 관련된 것으로 관타나모 기지에 보관된 파일에 기록돼 있다.

또 매튜 올슨 미 대테러센터 국장은 상원 국토안전위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4명은 테러 공격 과정에서 숨졌다”며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표현했다. 벵가지 영사관 피습을 ‘테러 공격’으로 인정한 것은 올슨 국장이 처음이다. 우발적 공격임을 강조한 백악관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올슨 국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 미뤄 ‘몇 시간 만에 시작되고 발전되고 확대된’ ‘우발적인 공격’으로 보인다며 사전 계획설과는 선을 그었다.

CNN은 스티븐스 대사가 수개월 전부터 이미 자신이 리비아 내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세력의 표적 명단에 올랐다는 점을 언급하며 살해 위협에 시달려 왔다고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벵가지 영사관은 6월에도 테러 공격을 받았었다.

한편 영사관 공격을 촉발시킨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에 출연했던 여배우 신디 리 가르시아는 19일 영화 제작자 나쿨라 바실리 나쿨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영화가 무슬림 관련인지 몰랐으며 대본에도 무함마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무슬림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해줄 것을 유튜브 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