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용한 대응’ 왜… 자칫 ‘독도갈등’ 비화 우려
입력 2012-09-20 18:52
정부가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에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양국 영토 다툼이 과거사 갈등과 경제협력 문제로 확산되며 국내에도 여파가 번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극도로 신중하게 ‘관망’ 중이다.
청와대와 외교당국에선 심정적으로 중국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는 최근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첨예한 공방을 벌였고, 중국은 일본에 대해 우리와 같은 과거사 아픔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침묵’을 굳게 지키고 있는 이유는 센카쿠 문제가 한·일 ‘독도 갈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외교 소식통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독도에 대한 우리 입장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실효 지배를 하느냐는 측면에서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우리는 독도를 관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중국을 지지할 경우 일본의 센카쿠 열도에 대한 실효 지배를 부인하는 꼴이 되고, 결국 일본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 지배를 부인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센카쿠 갈등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노코멘트’로 일관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전략이다. 중국에는 한·중 양국 국민감정이 동질적이라는 측면만 보여주고, 일본에 대해서는 센카쿠 열도의 실효적 지배를 부인하는 어떤 행동이나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 핵심 참모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영토분쟁에서는 누가 그 땅을 실효 지배 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남의 땅을 빼앗으려는 나라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조용히 자기 땅을 지키는 국가를 감당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용한 대응’ 기조에는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고려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체결된 미·일 방위조약에 따라 센카쿠 열도를 방어대상 지역에 포함시킨 터여서 정부로서는 무작정 중국에 동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