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체도 “강남 아줌마 잡아라”
입력 2012-09-20 18:51
‘강남 아줌마’를 잡아야 성공한다.
친환경, 유기농, 수입 제품 등은 가격이 높아도 강남 지역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업체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강남 마케팅에 유난히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강남점에 오픈한 고급식품브랜드 ‘딘앤델루카’는 베이커리와 일부 품목을 제외한 99% 이상이 수입품이다. 그러나 이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강남 지역 주부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 8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도 딘앤델루카 2호점을 입점시켰다.
LG생활건강이 올해 4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미국 친환경 생활용품 ‘메소드(Method)’는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20∼40%가량 비싸지만 드럭스토어 분스의 강남역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매출도 다른 매장의 2배에 달한다.
업체들이 강남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기에 좋을뿐더러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SSG푸드마켓은 유기농 제품 비중이 높은 식료품 매장이다. 청정지역에서 자란 닭이 새벽에 낳은 계란을 당일 들여오는 ‘재래토종방사유정란’ 가격은 일반 계란의 3배에 달하지만 상품이 도착하자마자 동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곳 매출은 매달 예상 대비 1.5배씩 신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제품이 아니라 가장 신선한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라면서도 “가장 트렌디한 지역에 가장 트렌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 지역에만 매장을 내거나 몰리는 경우도 있다. 유행에 민감한 여성 고객들이 뷰티제품 등을 주로 구매하는 CJ올리브영의 경우 다른 지역엔 11개 이하의 매장이 있는 반면 강남구에는 매장이 23개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주부들은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 브랜드에 대한 시도가 빠른 편”이라며 “강남에서 인기를 끌면 타 지역으로의 확산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강남권 매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 편중 현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많다. 주부 이소연(31·여)씨는 “유기농 식료품 등 트렌디한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유독 강남 지역에만 있다”며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접하기도 어렵고 위화감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