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자회동 기회되면 얼마든지”

입력 2012-09-20 22:07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0일 드라마 외주제작진, 20∼40대 직장인 등을 만나며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등판에 개의치 않고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과거사를 털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박 후보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후보는 경기도 용인의 드라마 제작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회동’ 제안에 대해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 아니겠나.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안 후보 관련 질문들이 쏟아지자 “정치 이야기를 하면 드라마 외주제작진 이야기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박 후보의 태도와 달리 당내에서는 안 후보 출마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최근 박 후보의 지지율 잠식 요인으로 지적된 역사관 문제와 관련해선 비판이 제기됐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충북 청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16’ ‘유신’ ‘인혁당’에 대한 박 후보의 견해에 대해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도층을 잡는 데 미흡하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직접 겪었고 생생히 기억하는 현대사는 주관적 인식과 별도로 객관적 사실로 존재한다”며 박 후보의 ‘통 큰 사과’까지 제안했다. 안 후보 출마 이후 당이 느끼는 부담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회의에선 박 후보에게 유리한 3자 대선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안 후보를 압박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황우여 대표는 “이제 단일화라는 논의를 그만두고 박, 문, 안 세 후보가 중심이 돼 대선을 치렀으면 한다”며 ‘3자 구도’를 바라는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안 후보가 제시한 단일화의 전제 중 ‘정치 쇄신’은 민주당에 대한 압박이고, ‘국민적 공감대’는 모호한 주관적 기준”이라며 “결국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끌고 가다 막판에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연출 보조, 동시녹음 기사, 보조 출연자 등 외주 제작 인력들에게 “특수고용직이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근로자와 같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 사무실을 찾아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이후 선진적인 인터넷 문화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dg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