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정희시대 권력 사유화 정당화될 수 없어”
입력 2012-09-20 21:52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20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으로 첫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오전 10시15분쯤 현충원 입구에 흰색 카니발 승용차가 섰고, 검은색 양복 차림의 안 후보가 모습을 나타냈다. 출마 선언으로 잠을 설친 듯 생기가 없고 지쳐 보였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과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 정연순 공동대변인, 이숙현 부대변인 등이 뒤따랐다.
현충탑 앞에서 해병대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안 후보는 ‘당신이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고 쓰인 추모 화환을 바치고 분향한 뒤 묵념했다. 이어 박태준 전 국무총리(전 포스코 명예회장)와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추모비에 적힌 글귀를 한참 동안 읽었다. 안 후보는 예정에 없던 일반 사병 묘역도 들러 묘비들을 둘러본 뒤 참배 일정을 마쳤다.
안 후보는 오후 페이스북에 현충원 참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생각으로 전직 대통령 묘소를 모두 다녀왔다”고 운을 뗀 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박 대통령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다. 하지만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요구됐다.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유산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역사관을 밝히라고 요구한 안 후보가 본인 ‘생각’을 먼저 공개하며 선수를 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고난과 헌신을 기억한다. 그러나 애써 내디딘 남북관계는 국론분열 속에 정체돼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우리 역사는 정치인의 잘못을 국민이 감당하고 극복해내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나쁜 역사를 극복하고 좋은 역사를 계승해야 한다”며 “과거의 잘못에서 배우고 성과를 계승해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글을 마쳤다. 대선 후보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안 후보는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서울대 총장실을 찾아 교수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수원캠퍼스 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방문해 동료 교수 및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나눴고, 저녁에는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을 찾아 직원들과 환송연을 가졌다. 1995년 창업한 안랩을 17년 만에 떠나는 그는 임직원 200명 앞에서 인사말을 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