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간 갈등 부추기는 중·일 지도층 自省해야

입력 2012-09-20 18:45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까지 번지려 하고 있는 데는 양국 지도자들이 노골적으로 국민감정을 부추기는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해 화살을 외부로 돌리는 한편 국내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양국 지도층의 정략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맞아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를 “코미디”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는 미국에 섣불리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대미 견제용’으로 볼 수 있지만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강인한 면모를 국민들에게 과시하려는 대내용이라는 분석도 많다. 설령 순전히 대미 견제용이라 하더라도 시 부주석의 발언이 중국 국민의 반일감정을 한층 고조시키리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시 부주석에 앞서는 펑광첸 중국정책과학연구회 국가안전정책위원회 부비서장이 “중국군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정부의 출전명령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명한 군사전략가로 현역 군 소장이기도 한 펑 부비서장은 또 “13억 중국 국민은 일본의 도발에 반격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을 뿐 아니라 의지와 능력도 있다”며 무력 행사를 선동했다.

이런 몰지각한 지도층의 선동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부 대변인격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위권을 사용해 침략을 배제하겠다”며 벌써부터 무력 사용 가능성을 일본 국민에게 주지시켰다. 또 일본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은 강경 발언 외에 최근 자신이 창당한 일본유신회의 로고에 독도와 센카쿠를 집어넣었다. 하나같이 그 결과에는 아랑곳없이 센카쿠 사태를 이용해 ‘강한 일본 회귀’라는 우익적 정치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일본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영토분쟁과 관련해 지도층이 양보를 거론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국민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 모두 권력교체기이고 보면 지도층이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해도 지도자들이 자꾸 갈등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양국간 갈등이 무력 충돌로 현실화될 경우 그 파국적 결과를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비록 정치 지도자는 아니지만 저명인사인 일본의 이와이 슌지 영화감독이 센카쿠 사태와 관련해 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양국 지도자들이 곱씹어봐야 한다. “일본이 그 섬을 사려는 행위가 얼마나 도발적인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편협한 애국론은 일본에 독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