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위상에 걸맞은 조직으로 거듭나길
입력 2012-09-20 18:42
국민연금 자산이 지난달 말 현재 380조원을 돌파해 일본 공적연금,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에 이어 세계 ‘빅3’에 등극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자산이 2022년 1000조원, 2034년 2000조원을 넘어서고 2043년 246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산한다. 30여년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해외 금융시장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국민연금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국민연금 해외 사무실 개소식에는 글로벌 금융회사 CEO들이 장사진을 칠 정도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국민연금을 글로벌 리더로 평가한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1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93곳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평균 4%를 넘어섰다. 10대 그룹 총수의 지분율(1.98%)보다 배 이상 많다. 특히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최상위 10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평균 5.23%에 달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위상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자금운용,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취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은 대부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사장과 기금운용위는 능력과 전문성, 독립성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져야 한다.
선진국과는 달리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15%가량에 불과하다. 원금을 까먹지 않겠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가 적정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이 행사한 의결권 가운데 문제가 있는 것이 20건에 달한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대로 주주 권한을 오·남용하면 안 되지만 정당한 의결권은 제대로 행사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