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현] 합동총회 영욕에 대한 단상

입력 2012-09-20 21:20

예장 합동 총회에서 급격한 변화를 실감했다. 과거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단순 해프닝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총회는 노래주점 출입설, 용역동원, 총기사용 등이 거론되며 교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총대들도 과거와 달리 집단구호와 박수로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총회장도 회의를 진행하며 총대들이 마음속에 품었던 그 응어리를 서슴없이 풀어냈다.

총회가 마치 왁자지껄 정치적 욕구를 해소하는, 거대한 장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강단에서는 거룩함을 유지하던 목사·장로님들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고성을 지르고 강단 위에서 몸싸움까지 했다. 성도들의 피 같은 헌금을 전용하거나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교회가, 총회가 뭐 이러느냐’고 손가락질 받았다. ‘한국 교회가 썩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탄식도 나왔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교회가 무슨 영향력을 행사하겠느냐는 조롱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생각이 다르다. 교회는 거룩한 사람들만 모인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영혼, 문제투성이들이 모여든 병원 같은 곳이다. 당연히 실수와 허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총회도 마찬가지다. 거룩한 목사와 장로, 사건과 사고가 전무한 교회만 모여든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 발짝만 앞서 나가자는 것이다. 무턱대고 장밋빛 이상론, 백짓장 같은 순결함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반응만 초래한다.

잘못했다고 돌을 던지기에 앞서 자유주의 신학과 종교다원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교단의 강점도 평가해야 한다. 오늘도 종교 개혁자처럼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기도로 골방을 지키는 수많은 칼뱅, 루터가 교단 안에 있다는 사실도 봐야 한다. 강물 저 깊이 도도히 흐르는 개혁신앙의 물줄기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교회와 노회, 총회가 잘못했다면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동시에 좋은 면이 있다면 발굴하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무작정 돌을 들기보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반 발짝만 앞서 나가는 건 어떨까.

종교부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