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떠나보낸 것은 국운의 추락이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소설 하멜’

입력 2012-09-20 18:26


김영희(76·사진)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가 장편 ‘소설 하멜’(중앙북스)을 냈다.

국제문제 전문가의 눈에 1653년 조선 효종 때 제주도에 표착했던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의 조선살이에 담긴 국운의 상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는 2005년 ‘문학사상’ 10월호에 ‘하멜’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은행나무의 전설’을 발표했었다.

그걸 완전 개작했으니 새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설은 하멜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1652년 가을에서 시작되어 다시 조국으로 떠나는 1666년까지의 과정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냈다. 강조점은 하멜로 상징되는 서구 문물과 조선 전통문화의 충돌이다. 하멜이 머물렀던 조선 효종에서 현종까지 역사, 즉 조선 중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 도감군의 군졸이 되어 고작 마을 순찰을 돌거나 임금님 행차에 호위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기술과 상관없는 직무에 전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매일 불만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중략) 이런 재능의 낭비가 또 있습니까. 조선 조정이 우리를 제주에서 한양으로 데려온 목적이 무엇입니까.”(178쪽)

올해로 언론계 생활 52년째인 김 대기자는 “나가사키에 네덜란드 상관(商館)을 열어주고 왕성한 무역을 하고 세계 정세를 판독한 왜국(일본)과 조선을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의 운명이 17세기 나가사키에서 갈렸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