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피아노 선율 마을을 치유하다… 이명랑 장편 ‘천사의 세레나데’

입력 2012-09-20 18:27


이명랑(39·사진)의 장편 ‘천사의 세레나데’(웅진문학에디션 뿔)는 서울 가리봉동 옌볜 거리가 배경이다.

그곳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작년에도, 올해도 일곱 살이라고 말하는 ‘지선’과 지선을 언니처럼 따르는 ‘향자’가 산다. 가리봉동 철거촌은 어둡고 한기가 돌지만 지선과 향자는 빈집을 놀이터 삼아 놀기 바쁘다. 몇 년째 일곱 살인 지선은 고장 난 공중전화 부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고장 난 공중전화는 나한테는 한국에 사는 아빠다. 엄마 배 속에 내가 작은 씨앗처럼 찾아와 뿌리를 내렸을 때, 그때 내가 너무 일찍 찾아왔다고, 절대로 자기 씨가 아니라고 화를 냈다던 한국 아빠다. 나는 중국에 사는 아빠 딸이기도 하고, 한국에 사는 아빠 딸이기도 하다.”(230쪽)

그러던 지선은 어느 날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된다. 지선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은 옌볜 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치유의 음악이다. 피아노 선율 속에서는 초록 들판과 안개에 휩싸인 산들이 솟아나오고 떠나온 고향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옌볜 거리는 음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실제로 이명랑은 가리봉동 철거촌에 갔던 열네 살 여름의 기억을 더듬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가리봉행 버스를 탔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 속에 함께 있던 내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습니다. 그때, 무슨 기적처럼 음악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나는 홀린 듯 따라갔습니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철거촌의 한쪽에서 세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작가의 말’)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