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유홍준 2권의 책… 제주의 속살 그리고 통일신라·고려의 美
입력 2012-09-20 18:11
문화예술계의 ‘구라(입담 좋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유홍준 교수(명지대 미술사학과)가 문화 관련 저서 2권을 동시에 내놓았다. 우리 국토의 문화적 면적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편(제주편·창비)과, 소파에 기대 편히 읽는 책이라 자평한 바 있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강의’ 2편(눌와)이 그것이다.
저술가로서의 유 교수 장점은 대중의 구미에 맞는 촌철살인의 비유에 있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에 대해서도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學)’ 안내서’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 제주도가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렌터카 이용객 즉 제주 허씨(렌터카 차량번호가 ‘허’로 시작돼 붙인 별칭) 등에게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단순 답사기가 아니라 폭과 깊이를 갖춘 제주학을 지향했다는 뜻이다.
시인 고은은 유 교수의 답사기에 대해 “유홍준의 눈빛이 닿자마자 그 사물은 문화의 총체로 활짝 꽃을 피운다”고 상찬한바 있다. 제주 답사지 중 한라산 윗세오름 등반기에 등장하는 영실이 그렇다. “(진달래가 아름다운)한라산 영실을 안 본 사람은 제주도를 안 본거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하는 그는 청산유수처럼 그 이유를 풀어놓는다. 조선 선조 때 기생 시인 황진이의 애인으로 유명한 문인 임제가 이곳을 오르고 쓴 기행담 ‘남명소승(南溟小乘·남쪽 바다 산을 오른 작은 글)’과 조선 고종 때 제주에 유배됐던 위정척사의 선비 최익현의 ‘유(遊)한라산기’ 등이 소개된다. 진달래 능선에 도착해 관광하러 온 아주머니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던 내용을 담은 ‘팔도 아줌마론’의 해학은 어떤가. 거기 빠져 술술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의 답사기가 왜 전 국민에 인기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 쯤 가보았고, 누구나 잘 아는 곳이라 생각하는 제주다. 하지만 유 교수의 감식안에 의해 유명한 곳은 물론 주목받지 못한 곳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2’는 통일신라와 고려를 다룬다. 1권에서 선사·삼국·발해를 다룬 데 이은 것이다. 1권이 고고학이나 인류학에 대한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면,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미술을 다룬다. 각종 석조미술과 고려청자, 금속공예 등 미술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에 더해 관련된 역사, 일화 등의 배경 지식을 곁들임으로써 고미술에 대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유홍준식 서술의 매력이 곳곳에 펼쳐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