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19禁’
입력 2012-09-20 18:45
“제 음악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 같긴 해요. 듣기에 좋은 단어만 있는 건 아니니까….” 5인조 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말이다. 그래서 3년 만에 낸 솔로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특별한’)’에 대해 스스로 ‘19금’을 선언했다. 비속어를 담은 일부 곡이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19세 미만 청취 불가’ 스티커를 미리 붙인 것이다.
청소년 업무를 관장는 여성가족부에서 유해물로 판정하면 음반에 스티커를 붙이고 19세 미만에게 팔 수 없다. 음원의 경우 성인 인증을 해야 구입할 수 있다. 뮤지션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가수의 팬클럽은 여성부를 비난하고, 기획사들은 예술적 탄압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일쑤다. 지드래곤의 ‘자발적 19금’ 선택은 솔직해서 놀랍다.
가수 싸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그의 또 다른 뮤직비디오 ‘Right Now’에 대해 ‘19금’ 해제 청원이 온라인에서 일고 있다. 2010년 발매된 ‘PSYFIVE’의 타이틀곡으로 유튜브 조회수 420만을 기록했다. 청원자들은 메시지와 음악이 ‘강남 스타일’을 능가할 수 있는데도 19금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조회수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노래 가사에 비속어가 남아 있는 한 해제는 어려울 것이다.
출판 쪽에서 근래 19금 판정을 받은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27세 억만장자와 21세 아가씨의 유별난 사랑을 다룬 이 소설에 대해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판정했다. 책에 비닐을 두르고 표지에 ‘19세 미만 구입 불가’ 표시를 한 뒤 별도의 서가에 진열하라는 명령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성인 아이디로 로그인하지 않으면 책 소개를 볼 수 없다. 출판사 측은 판권 계약을 맺은 42개국 가운데 심의에 걸린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예술과 권력은 늘 긴장관계다. 아티스트는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고, 공권력은 아무리 예술이라고 해도 풍속과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단속하려 든다. 심의를 통한 제재는 형사법의 소추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문학보다 음악에 더 엄격한 것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들은 음악은 잔상효과 혹은 각인효과로 인해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이다. 표현과 창작의 자유, 사회풍속,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는 끝없이 대립하고 충돌할 것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