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15년 역사 만주국이 韓·日에 미친 영향…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입력 2012-09-20 18:27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강상중·현무암 (책과함께·1만7000원)
전에 없던 풍요와 가공할 살육이 교차한 20세기 초에 아시아의 ‘뉴 아틀란티스’처럼 우뚝 솟았다가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춰버린 일본제국의 분신 만주국. 식민지 조선의 청년 박정희를 ‘군인’으로 변신시키고, 전후 일본에서 A급 전범에서 일약 총리에 올라 고도성장을 주도한 기시 노부스케를 ‘정치가’로 단련시킨 곳은 다름 아닌 만주국이었다.
책은 만주국 육군군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로부터 금시계를 하사받았다는 ‘독재자’ 박정희와 만주국 경영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던 ‘쇼와(昭和)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로 대표되는 만주국 인맥을 태어나서는 안 될 ‘제국의 귀태(鬼胎)’로 규정한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고작 15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주에 존재했던 만주국. 기시가 가고 박정희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망령은 일본과 한국 사회구조 속에 머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후계자들을 양산해 현실의 힘으로 군림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한국계 일본인 저자들은 두 사람의 관에 제대로 못질을 안 한 탓인지, 아니면 그들을 홀대해온 진보 진영의 왜곡된 역사관이 바로잡혀가고 있는 것인지 묻는다. 이목 옮김.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