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준비없이 외국 갈바엔 차라리…"

입력 2012-09-20 00:11


난 연예계 일급 사건/ 남다르니까 그게 나니까/ 뭐만 했다 하면 난리라니까/ 유행을 만드니까 다 바꾸니까/ 그니까 이 실력이 어디 어디 갑니까?’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4). 그는 지난 15일 공개한 미니음반 수록곡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에서 이 같이 노래한다. 가사엔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패션 감각으로 젊은 세대의 유행을 선도해온 톱스타 지드래곤의 자신감이 묻어있다.

실제로 그의 음반은 발표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가요계만큼은 지드래곤이 ‘대세’다. 타이틀곡 ‘크래용(Crayon)’을 비롯해 앨범에 수록곡 6곡은 전부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싱어송라이터 지드래곤은 타이틀곡 하나만 화제가 되는 여타 아이돌 가수와는 차원이 다른 뮤지션이다.

19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YG) 사옥에서 만난 그는 “예전엔 사람들이 내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고민 했지만 요즘엔 특별한 생각 없이 음악을 만든다”고 했다.

“음악은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내가 오늘 느낀 기분,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의 슬픔, 이런 자잘한 감정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듣는 분들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나만의 느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노래에 녹여낸 거니까.”

연예인은 최정상급 인기를 달리고 있더라도 한순간에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날 수 있는 직업이다. 지드래곤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까지 내가 ‘소녀팬’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음악을 직접 만드는 이유엔 그런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가수로서 인기가 떨어지면 프로듀서로 활동할 수도 있고…. 그래서 준비(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돈이나 명예, 이런 거 다 떠나서 음악을 오래 하는 게 저의 목표거든요.”

해외와 국내를 각각 뒤흔들고 있는 싸이와 지드래곤은 YG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다. 지드래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중에 공개되기 전, 싸이와 함께 미리 들어봤을 만큼 친하다. 두 달 사이에 ‘월드스타’가 돼버린 싸이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 그는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친한 형이 잘 되니까 기분이 정말 좋아요. 멋있는 형인 거 같아요. 싸이 형이 닦아놓은 길이 있으니 앞으로 저를 포함한 후배들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좀 더 쉽게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겠죠. 어쨌든 요즘 싸이 형을 둘러싼 여러 상황은 되게 재밌는 거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는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외국에 나갈 바엔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외국 시장엔 좀 더 탄탄한 준비를 해서 자신감이 확실히 생겼을 때 도전해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