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車디자이너, 한국서 화가 데뷔
입력 2012-09-19 19:36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독일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59)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미술가로 데뷔한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20여년간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작업한 드로잉, 설치, 회화 등 60여점을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19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오래전부터 개인전을 열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굉장히 바빴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나의 내면을 꺼내 대중에게 인간 피터 슈라이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을 디자인한 그는 2006년부터 기아차에서 일하며 쏘울, K시리즈 등의 디자인을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어린 시절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다는 그의 작업에는 비행기나 조종사가 많이 등장한다.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도 있지만 정작 자동차가 등장하는 그림은 단 한 점뿐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술 작업은 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인데 자동차까지 그리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내 일만 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200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에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디자인경영 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그는 2009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초청돼 출품한 ‘레스트(Rest)’를 이번 전시에 다시 내놓았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 정원과 건축이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차이점에 대해선 “디자인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요구하지만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면들도 필요하다. 순수 예술은 내가 열린 사고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훈련과도 같다”고 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서도호와 전광영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