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함마드 만화’… 무슬림 분노 부채질
입력 2012-09-20 00:27
프랑스의 한 잡지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조롱하는 만화가 실려 미국 영화로 불붙은 이슬람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슬람 모독 영화로 촉발된 반미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만화의 내용이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19일 발간된 최신호에서 무함마드를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그렸다. 제목은 ‘Intouchables 2’로 붙였다. 이 만화는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영화는 휠체어를 탄 불구의 백만장자가 무일푼 청년 간호를 받으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제목은 ‘불가촉천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잡지는 지난해 11월에도 ‘아랍의 봄’ 특별호에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게재해 무슬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이후 잡지사 사무실로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이슬람권의 표적이 됐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거주하는 프랑스가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특히 이 만화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프랑스 내 이슬람 신자들은 파리와 마르세유 등지에서 시위를 추진해 온 터라 프랑스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는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반서방 시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오는 21일 이슬람권 20개국의 대사관, 영사관과 프랑스 학교의 문을 닫기로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급히 진화에 나섰다. 장 마르크 애로 총리는 성명을 내고 “어떠한 방종도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모든 이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하고 있는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모든 종류의 도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반미시위 과정에서 신도들에게 자중할 것을 주문했던 프랑스 이슬람교계도 충격에 빠졌다. 400만 프랑스 무슬림들을 관할하는 프랑스 무슬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이슬람 증오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좌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파리 최대 이슬람 사원의 고위 성직자인 달릴 부바퀘르는 “불에 기름을 붓지 말 것”을 호소했다.
잡지 에디터 스테판 샤르보니에는 전날 iTele TV에 출연해 “(만화가) 충격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민감한 시기에 이슬람교도들을 자극할 목적으로 만화를 게재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온라인 사이트에서 18일 해킹으로 추정되는 접속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 이슬람 해킹단체가 사이버 공격을 경고한 직후에 발생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