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아직도 낙하산 뚝 뚝… 민간 협회까지 나눠먹어

입력 2012-09-19 22:07


생명보험협회는 19일 임시총회를 열고 오수상 전 금융감독원 손해보험서비스국장을 협회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금감원 간부 출신이 금융권 민간단체 임원으로 ‘낙하’ 하는 구태는 어김없이 재현됐다.

생보협회를 비롯해 손해보험협회, 전국은행연합회, 저축은행 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업계를 대표하는 민간금융단체는 하나같이 전직 금감원 간부를 부회장으로 모시고 있다. 회장은 모두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재정부·금감원 인사가 ‘나는 회장, 너는 부회장’ 하는 식으로 민간단체를 나눠먹고 있는 것이다.

협회 형태를 띠고 있는 이들 민간단체는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기관에서도 제외돼 있다.

◇금감원 선배의 후배 사랑?=오수상 전 국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박창종 전 생보협회 부회장도 금감원 출신이다. 그는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보험검사국장 등을 지내고 2005년 생보협회 전무(현 부회장)가 됐다.

박 전 부회장의 임기는 원래 올해 12월까지였다. 그는 4개월 일찍 물러나면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고 했다. 이후 오 전 국장 등 금감원 출신 3명만 후임으로 거론됐고, 결국 금감원 후배가 대를 이었다.

다른 민간금융단체 부회장도 모두 금감원 국장급 간부 출신이다. 이들은 현직에 있을 때 해당 단체와 긴밀한 관계였다. 손보협회 장상용 부회장은 금감원 보험조사실장, 보험검사국 부국장 등 보험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연합회 김영대 부회장은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장, 저축은행 중앙회 김성화 부회장은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을 지냈다. 여신금융협회 한백현 부회장은 금감원 특수은행서비스국장을 맡았었다.

‘낙하산’은 이후로도 관련 업계를 맴돈다. 박 전 생보협회 부회장이 오 전 국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옮긴 곳은 푸르덴셜생명이다. 김치중 전 손보협회 전무(현 부회장)는 이후 민간기관인 보험연수원 원장으로 갔다.

◇그래도 1인자는 재무관료=금감원 간부 출신 부회장이 모시는 회장은 모두 전직 재정부 관료다. 퇴직 후에도 상하관계는 바뀌지 않는 셈이다. 오 전 국장을 오른팔로 들인 김규복 생보협회장은 행정고시 15회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김 회장의 행시 후배인 손보협회 문재우 회장은 재경부 경협총괄과장 출신이다.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기획행정실장도 지냈다.

은행연합회 박병원 회장은 재경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여신금융협회 이두형 회장과 최근 사임한 저축은행 중앙회 주용식 회장도 재무부를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다.

민간단체가 이들을 모시는 이유는 로비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 단체 관계자는 “재정부, 금감원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업계 입장을 정부에 잘 전달할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재정부 관료가 회장, 금감원 간부가 부회장을 하는 건 아무래도 서열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회엔 업계 자율규제 기능이 있다”며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