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한 호날두… 후반 45분 결승골 감독·동료 축하 한몸에
입력 2012-09-19 18:49
2-2로 맞서 있던 후반 45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슛을 날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팔을 뻗었다. 그러나 공은 골키퍼 왼쪽 옆을 스쳐 지나가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포효했다. ‘기쁨’의 세리머니였다.
19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D조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호날두는 막판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초반 호날두는 팀 동료들과의 불화설에 휩싸여 마음고생이 심했다. 호날두는 프리메라리가 그라나다와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5분과 후반 8분 2골을 몰아쳤지만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나는 슬프다. 그래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클럽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자 호날두의 왕따설과 이적설을 보도했던 스페인 언론들은 이번엔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25·FC바르셀로나)의 시즌 초반 활약을 비교하며 호날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4경기에서 6골을 기록 중이다. 메시의 활약으로 바르셀로나는 프리메라리가 4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호날두는 이번 시즌 리그 4경기에서 2골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호날두가 주춤하는 바람에 레알 마드리드는 1승1무2패(승점 4)로 12위로 떨어졌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호날두는 메시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자극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골로 나타났다. 호날두의 골이 터지자 불화설의 당사자였던 마르셀루가 가장 먼저 달려와 축하해 줬고, 다른 동료들도 모두 몰려와 환하게 웃는 호날두와 하나로 뒤엉켰다. 호날두는 경기 후 ‘슬픔 파동’을 의식한 듯 “나는 기뻐해야 할 땐 기뻐한다”며 “모든 사람은 행복하거나 슬플 권리가 있다. 오늘 아주 좋은 게임을 했고 그래서 행복하다. 우리는 큰 승리를 이뤄냈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호날두가 골을 터뜨렸을 때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열광한 주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오늘은 단순히 승점 3점 획득 때문이 아니라 우리 팀의 DNA가 돌아와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말한 DNA는 레알 마드리드의 팀워크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