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고조] 국민감정 최악·정치계산 복잡… ‘해법’이 안보인다
입력 2012-09-20 00:23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국과 일본 대치 국면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은 같은 해역에서 충돌한 2년 전보다 훨씬 악화됐다.
더욱이 현재 중·일 양국은 권력 교체기를 맞는 자국의 정치 변수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최고 지도자가 교체되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한 달 앞두고 있다. 현 최고 지도부가 영토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차기 지도부 공격의 빌미가 된다. 이런 탓인지 중국은 센카쿠 일대 영해기선 선포, 해양감시선 파견, 경제보복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공격 선봉에 섰다.
총선을 앞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역시 영토 문제에 강력 대응하라는 자민당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과도기 때문에 양국 모두 분쟁을 제어할 수도, 제어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갈등이 예년과 달리 한층 격화된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동아시아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발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G2로 떠오른 중국의 대아시아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견제가 오히려 중국의 강경 대응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을 선언한 이후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 필리핀과 함께 중국 압박에 나섰다.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미 장관으로선 50여년 만에 미얀마를 처음 방문했고, 최근에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중국에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지켜보던 중국은 그동안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 움직임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클린턴이 방문 중이던 5일 “미국은 중국과 인접국들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논평했고, 신화통신도 “미국은 일본 편들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관영언론 보도는 당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일 강경 대응은 사실상 배후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에 맞서 영토 문제를 반격 카드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19일 여러 여건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중·일 분쟁이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