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또 직업 바꿔… 선거결과 무관하게 정치인으로 살 것”

입력 2012-09-19 22:03


기성 정치인과 다른 차분한 출사표 이모저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정치인 안철수’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정치인’으로 남은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은 기성 정치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치인 안철수=안 원장은 대선 이후의 행보를 묻는 기자 질문에 “지금까지 몇 번의 직업을 바꿨다. 하지만 도중에 그만둔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로 한 이상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우리나라의 긍정적 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발언은 대권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보다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모여들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모든 행보 알도록 하겠다”=안 원장은 “앞으로 제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마를 공식화한 만큼 공개 일정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정치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겠다는 방침이다. 안 원장은 20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으로 출마 첫 공식 행보를 시작한다. 이어 서울대를 찾아 대학원장직과 교수직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후에는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과 환송연을 갖는 등 신변을 정리할 예정이다.

또 공식 선거 캠프는 아니지만 안 원장의 일정과 정책 구상을 돕는 20여명 규모의 실무진은 이미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각자 흩어져 실무를 준비해온 이들은 조만간 공식 선거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선거운동을 벌여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 원장은 당적이 없는 데다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경찰이 경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요인(要人) 경호를 임무로 명시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해 후보 측에서 요청이 오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내외신 기자만 200여명 몰려=안 원장의 얼굴은 다소 상기됐지만 흥분하지는 않았다. 무대에 올라가 준비된 원고가 적힌 프롬프터를 읽어 내려간 13분 동안 한 번도 목소리 톤이 올라가지 않았다. 격렬한 구호와 웅변조 어투 등 통상적인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무대에 수화 통역자가 함께 오른 점도 색달랐다. 안 원장이 오른 무대 뒤에는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질의응답 시간도 30여분간 할애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짤막하게 답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회견이 열린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은 회견 시작 2시간 전부터 북새통이었다. 500석의 공연장 1층에 취재진 200여명이 자리 잡고 2층은 CS코리아, 철수산악회 등 지지단체 회원과 일반인들로 가득 찼다. 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로비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켜봤다. 안 원장이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안철수’ 연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지자로 참석한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 원장의 연설을 지켜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는 문남열씨는 “기성 정치권이 서로 싸우면서 좋은 이미지를 못 줬다. 안 원장은 참신하고 깨끗하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백민정 임성수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