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흑색선전 등 낡은 정치 안한다”… 정치개혁 톤 높여

입력 2012-09-19 22:0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일반 국민들은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단호하고 명확한 어조로 정치·경제·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정치 개혁에 강한 의지=안 원장은 출마선언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정치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기존) 정당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기성 정치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더 이상 한 정당, 한 정권이 풀 수 없는 문제들만 산재해 있다. 열쇠를 쥔 국회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정치가 바뀌려면 선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다음엔, 정권을 잡은 뒤에는 통합은 불가능하다”면서 “선거 과정부터 정당하게 경쟁해야 통합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흑색선전이나 이전투구를 계속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분열과 증오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며 “선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경제 모델도 결국 정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원장은 “새로운 정치가 들어서야 민생경제 중심 경제가 들어선다”고 말했다.

◇변화와 미래를 선택해야=안 원장은 정치 개혁 외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 네 가지를 추가로 거론했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계층 간 이동이 차단된 사회 시스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기득권 구조, 지식산업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의사결정 구조 등이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앞으로 5년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국민이 지혜를 모으면 최소한 물줄기는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세계적인 장기 불황까지 겹쳐 한꺼번에 위기적 상황이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안 원장은 반복해서 ‘변화’ ‘미래’ ‘희망’ ‘통합’ 같은 단어를 수차례 되풀이했다. 기성 정치권과 자신을 과거와 미래로 대비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꾸자”고 강조했다.

출마선언 말미에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는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의 명언을 소개하며 국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선되면 시스템으로 국정 운영”=대통령에 당선되면 측근이나 계파가 아닌 전문가 활용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안 원장은 “저는 정치 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며 “빚진 게 없으니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미 현명한 국민과 많은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각자 역할을 하는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 속에 이미 답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선된다면 다른 후보들의 좋은 정책을 적극 받아들이는 통합과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