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시련’… 한화·SK ‘시름’

입력 2012-09-19 21:50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한화그룹과 SK그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징역 4년과 함께 법정 구속된 한화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음주와 골프 자제령을 내렸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19일 “김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달 초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주와 골프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화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옥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사태를 정신무장의 계기로 삼아 업무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위기 상황을 고려해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추석연휴 휴무를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등이 샌드위치데이인 다음달 2일 연차를 권유하거나 단체협약을 통해 5일간 황금연휴를 쓰도록 권장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김 회장은 수감 이후 가족과 법무팀을 제외한 한화 임직원들의 면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법정 구속됐으니 한 달 넘게 임직원들을 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는 “김 회장이 법무팀 관계자를 통해 임직원들과 사업 누수를 걱정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2심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자금 유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재판은 지난 3월 2일 시작돼 반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 회장은 25차례 공판 중 21번 출석했다. 특히 이달부터 피의자 심문 단계에 들어가 공판이 있는 매주 목요일은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최 회장이 공판 준비에 여념이 없는 데다 그룹 및 계열사 관계자들도 재판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면서 “재판 준비로 경영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