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 재취업 심사는 요식행위… 최근 5년간 취업승인 요청 841건 중 93.8% 승인
입력 2012-09-19 19:12
본보 정보공개 통해 통계 입수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가 승인을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퇴직공직자의 공익 침해를 막기 위한 재취업 제한 조치가 허울뿐이라는 얘기다.
국민일보가 19일 정보공개를 통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간(2008년∼2012년 7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통계’에 따르면 총 841건의 공직자 취업승인 요청 중 93.8%인 789건이 승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요청=승인’인 셈이다.
특히 감사원의 퇴직자는 취업 승인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감사원 5급 이상 퇴직자 중 취업 승인을 신청한 46명은 전원이 유관 사기업에 재취업(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제출자료)했다. 재취업자 가운데는 지난해 2월 저축은행사태 이후 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취업한 경우도 있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4장 17조는 재산등록 의무자인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퇴직 공직자의 유관 사기업 취업을 막기 위한 법이 실제로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퇴직 후 유관 사기업에 취업한 공직자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군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퇴직 군인은 방위산업체의 고문으로 취업했고, 지자체에서 퇴직한 고위 공무원은 해당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유통회사의 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직 후 증권사 고문으로 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 퇴임 후 관련 산업협회의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방송통신위원회 고위직 인사 등도 있다.
시민단체 등은 “퇴직공직자가 재직 당시 취득한 정보와 인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는 담당 부서 외에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업무 연관성을 보다 폭넓게 제한하고, 취업제한 대상 기업도 현행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