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왕세손비 노출사건

입력 2012-09-19 18:52

파파라치(paparazzi)는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해 돈을 버는 전문 사진사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단수가 파파라초이며 중국에서는 ‘개××’ 떼처럼 몰려다닌다고 ‘구자대(狗仔隊)’라고 부른다. 1960년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에서 상류사회를 기웃거리는 사진기자 파파라초에서 유래됐다.

유명인사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찍으려는 파파라치들과 귀찮게 달라붙는 이들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끊임없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미망인이자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와 재혼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뛰어난 미모와 스캔들로 파파라치의 단골 표적이었다. ‘파파라치의 전설’ 론 갈레라는 1972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재클린의 비밀경호요원이 카메라와 필름을 망가뜨렸다며 소송을 냈다. 재클린은 괴롭힘을 당했다며 맞소송을 냈고, 법원은 갈레라에게 재클린과 자녀들로부터 45m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2008년 할리우드의 한 파파라치는 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리브스가 친구 집을 떠나면서 차량으로 그를 쳤다며 70만 달러 보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리브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영화배우 멜 깁슨도 2009년 임신한 애인과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사진을 찍으려던 파파라치 옷을 찢어 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파파라치의 추격을 따돌리려다 자동차 충돌사고로 사망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며느리이자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의 가슴 노출 사진이 최근 프랑스 잡지에 실려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 남부 왕실 별장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일광욕을 위해 비키니 상의를 벗었다가 파파라치 카메라에 찍혔다. 영국 왕실은 이 사진을 실은 프랑스 잡지 ‘클로제’를 사생활 침해로 고소했고, 그제 프랑스 법원은 노출 사진들의 추가 보도와 재판매를 금지시켰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케이트 노출 사진을 찍은 파파라치도 형사고소했다.

할리우드 파파라치 중 한 명인 멜 부저드는 2005년 할리우드 스타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 커플 사진 한 장으로 15만 달러를 벌었다고 타임지에 털어놨다. 돈을 좇는 파파라치들과 유명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싶어 하는 집단관음증에 스타들은 괴롭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